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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원 부안우리밀영농조합 회장
국산밀산업협회   2013-07-09 3949
부안 우리밀 수매장의 하루.jpg
김진원 부안우리밀영농조합 회장은 1985년 전북 부안에 정착해 쌀농사와 밀농사, 콩농사를 친환경으로 짓고 있다. 우리밀 농사짓기가 점점 어려워지지만 “올겨울에도 밀농사 포기하지 말자”고 마을 농부들을 설득한다.

[나는 농부다] 부안 밀 수매장의 하루
2일 아침 7시30분. 따가운 여름 햇살이 퍼진다. 밀을 가득 실은 차들이 하나둘 도착해 길게 줄을 선다. 전북 부안군 하서면 청호리 우리밀영농법인의 저장사일로에서 우리밀을 수매하는 날이다. 농민들은 밀을 베어낸 논에 모내기를 마치고 부랴부랴 밀을 말리고 포장해서 달려왔다.

“형님, 올해는 작황이 좀 어떠요?” 우리밀영농법인 김진원(55) 회장이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건넨다. “영 작년만 못허네. 알곡도 충실허지 못허고…. 이놈의 날씨가 봄이 없어져서 그런가 밀농사 짓기가 점점 어려워지네.” 백산면에서 밀농사를 짓는 정재균(57)씨가 푸념한다.

옆에서 막걸리를 한 사발 나누던 이정룡(57)씨가 나선다. “내년에는 밀농사 안 질라고 종자까지 싹 가지고 나왔네그려.” “아따 형님, 그런다고 밀농사 안 지면 쓰것소. 올해보다 더 못한 때도 있었는디…. 왔다갔다허지 말고 쭉 허니 지어야 그것이 농사지 안 그려.” 김 회장이 달래본다. “올해는 보리 값도 5만원이나 간다는디 밀은 벌써 몇 년째 3만6000원 아니라고? 그러니 누가 밀농사를 짓것는가?” 정룡씨가 기세를 올린다.

“근다고 떨어진 적도 없잖여.” 금판리 이재학씨가 김 회장을 거든다. “내년에는 가격도 좀 올리고 정부나 자치단체나 십시일반해서 소득이 되도록 노력해 봅시다. 글고 이러든 저러든 20년 넘께 고생해 감서 우리밀을 살려 놨는데 이제야 안 짓는다고 하면 쓰것소?” 김 회장의 말에 설득력이 실린다.

“그려, 그럼 속는 셈 치고 1년만 더 지어보까?” 정룡씨의 말꼬리가 슬그머니 내려간다. “글먼 종자를 챙겨 놔야것네. 내가 김 회장 얼굴 본게 생각이 달라지는구만. 종자 갖고 가면 각시한테 말 듣것는디. 안 짓는다고 허고 왔거든.” “각시 무서워서 밀농사 안 짓는당가?” 옆에 있던 진서면 강상구씨가 오금을 박는다.

정룡씨는 목소리를 높여 저만치서 밀을 내리던 지게차 기사에게 소리쳐 말한다. “까짓거! 어이~ 지게차~ 하나 남겨 놓소 잉, 종자로 써야것네.” 수매장 농부들의 말씨름은 이렇게 깊어간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내년 밀농사 종자를 챙긴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 밀가루가 수입되면서 우리밀은 사양길로 접어든다. 1984년 수매가 중단되고 1990년 밀 관세가 없어지면서 우리밀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만다. 이때 우리밀 살리기 운동이 벌어진다. 우리밀을 살리자고 16만명이 32억이라는 농업 펀드를 만들어 1992년 밀 계약재배를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 실패로 운동본부가 수년 만에 부도를 맞는다.

부안군의 우리밀 영농조합법인은 2008년에 세워졌다. 제2녹색혁명의 기치를 내세우며 정부가 우리밀 자급률 10% 목표를 뒤늦게 외치던 무렵이었다. 250여 농민 조합원들이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1000만원의 출자금을 내어 1500t 규모의 저장시설을 갖추었다. 농민들은 해마다 수매대금에서 가마당 1000원씩을 떼어 출자를 계속하고 있다. 품종별, 지역별 수매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다.

밀농사 짓기에 가격도 날씨도 점점 더 불리해진다. 하지만 상서면의 김홍철(58)씨는 우리밀을 지켜온 자부심과 긍지를 버릴 수 없다. “우리가 힘들지만, 가격 올려달라고 막 떼를 써버리면 쓰것는가? 값이 너무 올라버리면 옛날만치로 소비가 안 돼서 우리밀이 힘들어진게 이해허고 넘어가자는 것이지…. 그쪽도 형편 풀리면 자연스럽게 올라가것제. 돈 보고 밀농사 지었으면 진작 그만뒀네, 이 사람아.”


김 회장과 우리밀영농조합의 선후배 동료들.
우리밀의 역사는 민족의 운명을 닮았다. 당장의 이익보다 고통도 즐거움도 함께하는 깊은 애정이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밀은 전국적으로 가격과 수매방식이 통일되어 있는 유일한 품목이기도 하다.

“이제 밀은 살리기 운동의 대상에서 한걸음 나가야 합니다. 우리밀이 국민의 사랑을 받으면서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일상의 음식이 되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밀의 생산과 가공, 소비의 전체적인 영역에서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1985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농사에 투신한 김 회장의 우리밀 사랑은 엄연한 현실에 대한 근심으로 이어진다.

“생산 농가들이 점점 한계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게 큰 걱정이에요. 소득이 보장되지 않으니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할 수밖에 없잖아요. 이제 우리밀의 산업적 성공을 위해서는, 총체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나 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더 필요합니다.”

우리밀영농법인에는 귀농인도 여러명 있다. 수매장에서 지게차를 몰고 입출고 관리를 하는 이들이 모두 귀농인들이다. “선배님들이 밀농사가 잘돼서 함박웃음을 짓는 걸 보면 우리도 기분이 좋아요. 부자는 아니라도 농사지어서 먹고살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저도 내년에는 밀농사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귀농인 이규창(50)씨의 말이다.

“우리밀의 가치와 협동의 가치를 공유하려 애씁니다. 조합원들을 설득도 하지만 그분들의 말에 귀 기울이려고 합니다. 출자하고 비용을 분담하고 결산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본적인 원칙을 잘 지키는 것이 출발이에요. 임원들의 헌신도 매우 중요하지요.” 김 회장의 말에 힘이 실린다.

아침에 시작한 수매가 끝나간다. 길게 섰던 줄도 띄엄띄엄하다. 장마구름이 다가온다. 내일부터는 비가 많이 온단다. ‘올 나락농사도 내년 밀농사도 풍년이 들기를….’ 헛헛한 주머니를 희망으로 채우며 밀농부들이 삼삼오오 돌아간다.

부안/글·사진 유재흠 부안군우리밀영농법인 상임이사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950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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