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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 수매 현장은…"구곡 쌓였는데 신곡, 조합원에 수매 자금도 못줘"
국산밀산업협회   2017-07-05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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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 수매 현장은…"구곡 쌓였는데 신곡, 조합원에 수매 자금도 못줘"

 

 

▲ 구곡 재고 처리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밀 업계가 6월 말부터 신곡 수매에 돌입했다. 천익출 우리밀농협 조합장이 신곡 수매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밀 업계가 6월 말부터 신곡 수매에 돌입했다. 주산지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7월 중하순 무렵이면 올해 신곡 수매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수확의 기쁨이 앞설 시기지만, 업계에선 한숨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구곡 재고 물량이 많아 그 여파가 심상치 않을 것이란 경고음이 일찌감치 울렸지만, 신곡을 수매해야 할 상황까지 오는 동안 나아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수매가 차질 없이 이뤄지기 위해선 수매 자금과 보관 여력 등이 추가로 확보돼야 하지만, 업체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제는 정부 차원의 관련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매 현장을 찾았다.

 

 

#신곡 수매 현장은

우리밀농협 건조 수매 첫날 안도감 보다 큰 불안감

구곡 재고 1만2000톤…수매 끝나면 2만톤 넘을 수도   

보관할 곳 없어 타지역 창고로 운반…"대책 마련해야"  

 

지난 6월 26일 오전 9시 30분경,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위치한 우리밀농협 입구에는 톤백을 실은 차량 몇 대가 있었다. 톤백 안에는 건조 작업을 거친 우리밀이 담겨 있었다. 지게차 한 대가 그 톤백을 저장용 사일로(싸이로) 인근으로 운반하고 있었다. 지게차가 내는 후진 경고음과 톤백의 밀이 저장용 사일로로 떨어지는 소리가 번갈아 들렸다. 우리밀농협이 건조 수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첫날인 이날, 수매 현장에선 수매 시작이라는 ‘안도감’보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훨씬 컸다.

 

“수매하긴 하는데, 걱정이 태산입니다. 창고에 쌓인 구곡 물량도 팔지 못하고 있는데, 신곡은 또 어떻게 팔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조합원들에게 수매 자금을 제대로 주지도 못하고 있고, 보관 여력이 부족해 다른 지역의 창고까지 수매 물량을 운반해야 하는 등의 불편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천익출 우리밀농협 조합장의 첫 마디에 사태의 심각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구곡 재고 과잉, 판매 부진, 신규 담보 여력 한계에 따른 신곡 수매 자금 부족, 저장 공간 부족 등의 문제가 현장에서 속출하고 있으며,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해 속을 끓이고 있다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는 ‘총체적 난국’이라는 진단이다.

 

천익출 조합장은 “구곡이 창고에서 나가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신곡 수매 자금이 원곡에 다 묶여 있다. 소비 부진까지 겹쳐 재고가 많아지니 신규 추가 담보는 어림도 없다. 자금 회전이 여의치 않다. 저장 공간도 부족해 보관 여력이 달리는 등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라며 “불과 2~3년 전만 해도 원곡 부족으로 원곡을 확보하는 데 업계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런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우리밀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우리밀 전체 생산량은 3만~3만3000톤 범위 정도로, 지난해 3만2000톤과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현재 구곡 재고 물량이 1만2000톤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신곡 수매가 끝나면 재고 물량이 2만톤 내외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그나마 우리밀농협의 경우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2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뭄이 심했고, 지난해 파종이 늦은 부분이 작용했기 때문. 우리밀농협은 주로 전남·북 지역의 생산 농가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른 곳에 비해 수매 자금 및 저장 공간 확보에 여유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지난해 1만1000톤가량을 수매했는데, 올핸 6000톤 정도를 수매할 계획이다. 창고 보관 여력이 여의치 않아서다. 현재 우리밀농협 저장 물량 중에는 대기업인 CJ와 일부 중소 업체들이 가져가야 할 구곡 물량이 쌓여 있어 추가 저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쯤 되니 수매 일정이 뒤로 밀려난 것은 ‘해프닝’ 수준이다. 우리밀농협의 경우 지난해엔 수매 일정이 6월 말까지 마무리됐는데, 올해는 7월 15일까지 수매 일정을 잡았다. 지난해보다 2주 정도 늦어졌지만, 수매 현장에서 만난 한 농민은 수매 자체가 이뤄진다는 것에 대해 안도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현장에서 가장 심각하게 우려를 나타내는 부분은 이번 사태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당장 수매가 끝나는 시점부터 특별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올가을 파종 시기 이전까지 관련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엔 밀 생산 농가들이 생산 현장에서 이탈하는 등 최악의 경우 그동안 조금씩 자리를 잡아온 생산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천 조합장은 “이번 사태는 우리밀농협이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중소 업체들의 사정은 훨씬 열악한 실정”이라며 “늦은 감이 있지만, 수매가 끝난 이후 빠른 시일 내에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자칫 생산 기반이 흔들리게 되면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년, 내후년까지 여파가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고 과잉 사태, 그 원인은

시장경기 침체로 우리밀 제품 소비 30% 이상 감소

6000~7000톤 정도 생산 증가도 과잉사태 불러와

시장 선호도 떨어지는 '백중밀' 생산 고집도 한 몫 

 

불과 2년 전만 해도 원곡 부족이 빈번하게 나타났던 분야가 우리밀이었다. 수매 업체들이 원곡을 구하지 못해 끙끙대는 일이 많았다. 정부와 업계 차원에서 밀 파종을 적극 독려할 정도로 생산량(자급률)을 높이는 방침이 최대 현안 중 하나였다. 이런 노력에도 밀 자급률은 불과 1~2% 수준에 그쳤고, 결국 정부도 2015년 자급률 10% 목표를 2020년 5% 목표로 하향 조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흐름을 보면 1~2%대의 자급률에서 허덕이는 우리밀 업계가 ‘재고 대란’ 사태를 맞게 된 이유를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물론 소비가 둔화한 측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에선 시장 경기의 전반적인 침체 지속에 따라 우리밀 제품의 소비가 30% 이상 감소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2014년 대비 6000~7000톤 정도의 생산이 증가한 부분도 한 요인이다.

 

업계가 꼽고 있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구곡 재고 물량은 1만2000톤 내외로, 연 생산량이 3만톤 수준임을 고려하면 생산량의 30% 이상이 창고에 쌓여 있는 셈이다. 소비 부진이 짙어지고 있긴 하지만, 생산 물량의 30%가 재고로 남는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 우리밀 시장이 자체적으로 소화 가능한 물량이 2만5000톤 정도인 데다 예비 물량까지를 계산하면 3만톤 내외의 생산 물량은 시장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업계에선 ‘과잉 재고’라는 표현 대신 ‘문제 재고’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여기에서 업계에서 보는 사태의 원인을 들여다볼 수 있다.

 

재고 물량의 대부분이 ‘백중밀’ 품종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지역 창고에 쌓인 구곡 재고 물량들이 ‘백중밀’이라는 얘기다. 우리밀 품종 중 빵과 과자용으로 선호하는 품종은 조경밀과 금강밀 등이다. 이들 품종보다 백중밀은 시장 선호도가 떨어진 반면 생산성이 좋아 농가들이 선호하는 품종이다. 다시 말해 구곡 재고 물량은 시장에서 소화할 수 없는 ‘빛 좋은 개살구’란 얘기다. 생산량 높이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시장 선호도가 떨어지는 ‘백중밀’ 품종 보급에 나선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상당 부분 있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우리밀 업계가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농림축산식품부(정부)에선 이번 사태에 대한 원인을 놓고 민간과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우리밀 업계가 품질이 떨어지는 ‘백중밀’ 생산을 고집하면서 우리밀이 시장으로부터 외면을 받게 됐고, 이런 흐름이 재고 과잉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윤종규 아이쿱생협 양곡팀장은 “민간에 모든 책임을 돌려선 안 된다”며 “정부 차원의 백중밀 보급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백중밀 생산이 과다하게 이뤄진 측면이 있고, 시장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어서 정부 차원에서 관련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립종자원의 ‘정부 보급종 연도별 공급 현황’을 보면 정부가 백중밀 품종을 보급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2년으로, 그 해 87톤에 불과했다. 전체 490톤 중 18% 정도였다. 이후 2013년 62톤으로 비슷하다가 2014년 212톤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그해 밀 종자 보급량 전체 610톤 중 30% 비중을 차지했다. 2015년이 가장 정점이었다. 백중밀 보급은 267톤으로, 같은 해 금강밀 256톤과 조경밀 89톤보다도 많았다. 2016년엔 국산밀산업협회 등이 종자원에 백중밀 보급 중단 요청을 한 끝에 일부 물량(97톤)만 보급된 상황이다. 참고로 2011년에는 종자 발아율 문제 등으로 우리밀의 종자 보급이 중단된 바 있다.

 

이한빈 국산밀산업협회 상임이사는 “생산 농가들이 생산성이 좋은 백중밀 품종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부분”이라며 “정부가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했지만, 농가들이 선호한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백중밀 종자를 공급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이 상임이사는 “어떤 한 요인으로 지금의 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근본적으로 우리밀 시장이 취약한 특성이 있어 작은 변수에도 부침이 유독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중소 업체들이 수매를 도맡아오면서 경영 악화 등이 누적됐고, 생산량 증가와 소비 부진, 정부의 우리밀 산업 육성에 대한 정책 부재, 백중밀 과잉 생산 등의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지금의 사태를 초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우리밀 업계 요구는

원곡 담보로 한 자금 지원

저장공간 확보·재고 시장격리

소비촉진 방안 등도 마련해야

 

▲수매자금 지원=업계에선 구곡 재고 물량에 신곡 수매 자금이 모두 묶여 있어 추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밀 수매 일정이 차질을 빚지 않는 방향에서 수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생산 농민들에게 수매 자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구곡 물량의 판매 대금이 신곡 수매 자금으로 쓰이는데, 구곡은 물론 신곡 물량까지 소비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판매 부진과 악성 재고 누적으로 신규 담보 여력도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수매 자금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올 가을 파종 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자칫 생산 농가들이 이탈해 생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이 바로 그것이다. 업계에선 원곡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해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천익출 우리밀농협 조합장은 “구곡에 자금이 묶여 있기 때문에 이 원곡을 담보로 해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 준다면 중소 업체들의 자금 회전이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장 공간 확보=수매자금 지원과 함께 단기적으로 시급한 사안이 저장 공간을 확보하는 부분이다. 지역농협이 국산밀을 위탁 수매하는 비율이 55% 정도 되고, 이런 관행이 최근 나락, 밀, 기타 등 누적 장기 보관에 따라 신규 보관 여력이 부족한 상황. 우리밀 업체들의 사일로 공간도 소비와 백중밀 회전 둔화로 일부를 제외한 자체 수용에는 한계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원곡 담보 무이자 정책 지원과 개인 저장 공간 임대료의 연간 예산 지원 등이 우선 해결돼야 할 정책 과제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고 물량의 시장 격리=중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밀 산업의 체질 개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출발점은 구곡 재고 물량 1만톤 정도의 시장 격리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시장에서 소진되지 못하는 백중밀 재고인 만큼 사료용으로 전환하거나 공공 비축, 대북 지원 등의 격리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는 요구다.

 

업계 관계자들은 “비축용 수매, 사료용 전환, 주정 원료의 고정적인 소비, 대북 지원 등 격리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한다.

 

▲소비 촉진 대책=이와 함께 우리밀 업계는 중장기적으로 소비 촉진 대책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밀 원산지 표시제 도입, 대형업체의 연간 사용량 증대, 정부 및 관련 기관의 소비 권장 노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농어민신문(07.04)

고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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