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밀 살리기

장상환 경상대 교수

지난 주말에 전남 구례군 용방면에 있는 아이쿱 자연드림파크(농산물 가공공방)와 인근 광의면에 있는 우리밀 가공공장을 다녀왔다. 자연드림파크 책임자는 우리밀 라면이 인기가 좋아 라면공방 가동률이 아주 높다고 했다. 그러나 작년 가을에 비가 많이 온 탓에 가을에 파종하지 못한 면적이 많아 공방에서 올해와 내년 밀 수확기까지 사용할 가공용 우리밀 원료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호소했다. 일부 농지에 봄파종을 했지만 여전히 공급부족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전남에서는 2500ha에 보리 밀을 봄 파종했고, 구례군에서는 43.5ha 면적에 밀을 봄 파종했다. 그러나 봄밀 파종은 가을밀에 대비해 수확량이 95% 정도이고, 수확기도 1~2주 늦어져서 후작물인 벼농사에 지장을 초래한다.

우리밀 공공비축으로 수급 안정 

우리나라 밀 재배면적은 2000년 900㏊, 2000톤에서 2008년 세계식량위기로 수입밀 가격이 치솟은 영향으로 2011년 1만3000㏊, 4만4000톤까지 늘었다가 다시 밀 국제가격 하락으로 우리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자 소비부진에 따른 재고 누적으로 2013년 7000㏊, 2만3000톤으로 줄었다. 2015년 작황은 7500ha, 2만6000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물량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농민들과 가공업체들이 요구하는 대로 정부는 우리밀의 수급안정과 안정적 생산확대를 위해 우리밀 공공비축에 나서야 한다. 기본식량의 수급을 안정시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부 책임이다. 개별농가나 대량 수요처가 여유 재고를 확보하려면 큰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현재 생산량과 소비량에 비춰 정부가 1만톤 정도만 비축하면 기후 불순에 의한 작황 악화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비축제는 식량안보 목적으로 사전에 정해진 목표에 따라 시장가격으로 구매하고 시장가격으로 방출하면 감축할 필요가 없는 그린박스에 해당해 아무 문제가 없다. 시장가격보다 높게 설정되는 정책가격으로 구매한다면 감축대상이긴 하지만 정책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이를 최소허용보조에 포함해서 대처하면 된다.

공익적 기능 고려 직불제 도입을

우리밀 생산농가 소득보장을 위해 직불제도 도입해야 한다. 밀 재배가 갖는 공익을 고려해 공익직불제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국내산 밀에 직불제를 지급하는데 WTO규정에 위배되는 부분은 있지만 감축대상보조금 범위 내에서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재원만 확보되면 충분히 가능하다. 일본에서 밀 자급률이 14%에 이르는 것은 수입밀 매매차익으로 국산밀 매매차손을 메워주는 국산 밀 사용 촉진 정책 덕분이다. 일본은 2011년부터 호별소득보상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중 맥류(밀·보리)와 관련해서는 밭작물의 소득보상보조금과 논활용소득보상보조금에 의한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도 밀 가공업체들이 우리밀을 원료로 흔쾌히 쓸 수 있도록 현재의 3배에 달하는 우리밀과 수입밀 원료의 가격 차이를 정부 지원을 통해 1.5배 수준 이내로 좁혀줘야 할 것이다.

수요 확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밀 제품 군 급식도 다시 추진해야 한다. 지난 2013년 농식품부는 군 급식에 사용되는 수입 밀제품을 우리 밀제품으로 대체하고자 관련 예산 36억원을 확보해 우리밀 밀가루 1470톤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방부와의 업무 협조 미흡으로 실제 공급기간이 12개월에서 6개월로 축소되고 급식물량도 계획대비 22%에 그쳤다. 이에 따라 전체예산 36억원 중 5억원(13.9%)만 집행되고 나머지 금액은 불용처리되고 말았다. 이후 우리밀 군 급식은 중단된 상태다.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학교급식에서도 우리밀 제품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무상급식이 실시되면서 그동안 친환경우리 농산물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경남의 경우처럼 무상급식이 후퇴되면 우리밀 제품 급식도 후퇴할 우려가 있다.

급식 확대·가공용 품종 개발 필요

소비촉진을 위한 품종개발도 필요하다. 우리밀은 글루텐 함량이 낮아 쫄깃한 빵 등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다. 일본에서도 국산밀은 주로 중력분, 우동, 즉석면, 과자용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가 국내 최초로 우리밀에서 글루텐과 소맥전분을 분리하는데 성공해 우리밀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 출시를 앞두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무(2015.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