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밀산업협회 이정찬 이사장 “우리밀 생산여건 회복·수익 부족분 보전해야”

우리밀 산업의 희망을 얘기하는 이들이 있다. 국내 전체 사용량의 1~2%에 불과한 우리밀 자급률을 놓고 우려와 냉소도 나오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우리밀 산업에 묵묵하게 종사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언급돼 온 산업 활성화를 위한 과제들은 여전히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수요에 맞는 품질 향상과 품종 개량, 생산량 증대를 위한 지원 여건 등 어느 하나 만만치 않은 것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밀 산업의 민간 영역을 대표해 오고 있는 국산밀산업협회가 지난 7일 출범 5주년을 맞았다. 이정찬 국산밀산업협회 이사장을 만나 우리밀 산업 전반의 현황과 향후 추진 계획 등을 들어봤다.

품종별 생산·용도별 제분 시급

소비자 요구 맞춰 생산 필요

기후 변화 대응 방안 모색해야

▲출범 5년을 맞은 소회와 그동안 활동에 대한 평가는.

-수급 조절과 자급률 향상이라는 출범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많은 분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5주년을 반성의 계기로 삼아 출범 의의를 되새기고 재출범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2012년 우리밀 생산량이 4만톤 육박한 시점에서 소비와 기후조건이 받쳐주지 않았고, 재고 처리 이후 생산자들의 각오도 약했다. 정부·농민·유통업체가 서로 양해하고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 안팎 환경의 변화로 인해 많이 흔들린 부분이 아쉬운 측면이다.

▲우리밀 산업 여건이 취약한 상황인데, 어떤 부분이 있나.

-아직도 품종별 생산과 용도별 제분이 되지 않고 있다. 빵이나 국수를 만들기 위한 전문적이고도 세분화된 요구에 맞게 생산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다. 밀 수요는 크게 빵, 국수, 과자, 마카로니 등으로 분류된다. 다양한 품종이 지역 특성에 맞춰서 개발돼야 하는데, 정부나 지자체 등이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서 소비자 요구에 충족하는 우리밀 생산을 위한 준비 등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밀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

-정부가 최근 동계작물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한 부분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들녘경영체가 하나의 대안이다. 쌀 중심에서 동계작물 쪽으로 무게를 싣고 갈 수 있도록 정책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 양파, 마늘, 보리 등 경쟁 작물에 밀리는 우리밀의 생산 여건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밀은 제분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특수성을 갖고 있어 일반 시장에 맡기기 어렵고, 보리에 비해서도 1~2주 숙기가 늦고, 수확 즉시 건조가 돼야 하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밀 재배로 발생하는 수익 부족분 등을 보전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와의 협력도 강화해야 할 부분인데.

-정부에선 생산자들이 우리밀을 왜 생산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부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된 생산 여건과 수요에 맞춰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왜 자급률을 높이지 못하느냐’라고 질책하기보다는 시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국산밀산업협회는 생산자와 가공업체, 소비자 등을 아우르는 하나의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시장의 요구를 존중해주고 보완해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밀 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원곡시장을 1000억원으로 올리는 것이 1차 목표다. 2017년까지 10만톤 생산을 통해 자급률을 5%까지 올려 나가야 한다. 주정 5만톤, 공공비축 1만톤, 군납 1만톤, 자체소비 3만톤 등으로 나누면 소비 시장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 이 규모라면 가공시장 규모도 3000억원 수준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 기후 변화 등 재배 여건이 달라지고 있는 부분에 대한 품종 개량과 재배 방법 등도 모색해야 한다.

고성진 기자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