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안정·저렴한 값…지난해도 1조3000억원 수입
국산 자급률은 1%대 그쳐…정부 정책적 지원 시급
생산 중심 벗어나 수요까지 아우를 종합대책 필요

225만톤과 7억8000달러. 2014년 한 해 동안 국내로 들어온 식용밀 물량과 금액이다. 사료용을 포함하면 이 숫자는 각각 370만톤, 12억달러 수준으로 더 불어난다. 지난해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매년 우리 돈으로 1조원이 넘는 밀이 수입되고 있다. 반면 지난해 우리밀 생산량은 2만여톤 수준으로, 자급률은 몇 년 동안 1~2%대에 묶여 있다. 국내 수요의 대부분이 수입 밀이 차지하는 산업 구조 속에서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수요 측면까지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밀 수입은 1조원대, 자급률은 1%대=관세청의 수출입통계 자료와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밀 수입량은 370만톤 가량으로 약 12억달러를 차지한다. 이 중 식용밀은 225만톤·사료용 밀은 145만톤으로, 우리 돈으로 환산할 경우 대략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수치다. 이전 해인 2013년도 이와 비슷하다. 이 해에 수입한 식용밀은 약 220만톤. 대략 9000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사료용을 합치면 대략 1조7000억원 수준이다.

이처럼 국내 밀 산업계는 1조원이 넘는 원료를 매년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 밀은 대규모 재배를 통한 안정적인 원료 수급이 가능할뿐더러 생산원가 절감으로 인해 가격 측면에서도 저렴한 구입이 가능하다는 것이 수입 밀을 사용하는 업체들의 얘기다.

반면 국내 밀 산업 기반은 여전히 자리를 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생산량은 2만톤 남짓으로, 이 수준이 수년 전부터 이어지며 자급률은 1~2%대에 묶여있는 상태다. 지난해의 경우 기상 여건 등이 생산량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쳐 생산량이 다소 줄었지만, 올해 생산량도 예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2만~3만톤 범위 내외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정부가 올해까지 목표로 했던 자급률 10% 수준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밀 수요는 꾸준하거나 점점 늘고 있는 추세인데, 오히려 우리밀을 둘러싼 여건들은 악화되고 있는 역설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밀 산업의 현 주소라는 지적이다.

우리밀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2015년 자급률 10% 달성 목표를 세우고 노력을 기울였지만, 자급률은 1~2%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밀 산업의 현 주소를 통감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생산과 수요 아우르는 종합대책 필요=업계에선 생산 측면과 더불어 수요 부문까지 아우를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일단 생산 측면에선 우리밀의 차별화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입 밀이 상대적으로 가격 측면에서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기존 수입 밀 수요 시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우리밀이 살아남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밀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밀이 식량자원이라는 인식을 기초로 식량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우리는 이런 생산계획이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해 왔다”며 “단순히 자급률을 높이자는 구호성에 그치는 정책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논과 밀과의 조합 및 배수로 확보 등 생산 기반을 갖출 수 있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공급 측면과 함께 수요 부문의 계획 수립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국내 밀 산업의 현 주소는 평균 이상의 밀이 생산될 경우 이를 수용하지 못해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평균 생산량 2만톤 수준을 넘어 4만톤 이상 생산된 2011~2012년에 수요처를 확보하지 못해 파동을 겪었고 이는 재배 농가의 이탈을 가속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에 생산 중심의 계획을 넘어 수요까지 아우를 수 있는 종합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수년 전 국내 밀 생산량이 4만4000톤에 이르자 이를 소화하지 못해 업계가 큰 혼란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밀 농사를 접은 이들이 적지 않다”며 “밀 농사가 수익으로 직결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수요 확보를 위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해 군급식 중단 등 수요 측면의 물꼬를 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수요 측면까지 아우르는 종합 대책의 수립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2015.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