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득진 사남농협 조합장(왼쪽)이 밀 생산 농가를 찾아 작황을 살펴보고 있다.
요즘 경남 사천 사남농협(조합장 강득진)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수매해 사일로에 저장해 둔 우리밀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올해 밀 수확철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사남농협이 수매한 우리 밀 1500t 중 판매가 이뤄진 것은 400t. 사일로 용량이 1,500t으로 여유 저장 공간은 400t밖에 안 되는데 햇밀을 수매해야 할 상황이 되고 보니 “이를 어쩐다” 소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이유인 즉슨, CJ와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밀이 사남농협과 CJ를 연결, 약 950t의 물량을 소화해 주기로 했는데, 지난해 9월에 물량을 가져간다고 했던 것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결국 오늘까지 온 것이다.
강득진 조합장은 “계속 연락을 취해도 기다려 달라는 답변만 돌아오니 막막할 따름”이라며 “소비 부진으로 인한 대기업의 미온적 태도에 ㈜우리밀 측도 은근히 발을 빼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사남농협에 따르면 ㈜우리밀은 1,000t+ 알파 계약을 맺었지만 지금까지 100t만 가져갔다. 농협은 최후의 경우 법적조치도 검토하고 있지만, 우리 밀을 살리자고 같이 고생하는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가 사실 확인을 위해 ㈜우리밀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강조합장은 “이러한 현상이 벌어진 것은 정부의 안일한 대책에도 책임이 있다”고 성토했다. 우리밀 제품의 값이 비싸니 소비자가 찾지 않고, 소비자가 선호하지 않으니 대형 제분회사들도 굳이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생산에만 치중해 왔다는 것.
이한빈 국산밀산업협회 상임이사는 “지금 우리 밀의 판로 문제는 전국이 안고 있는 고민”이라며 “생산은 정부 시책에 따라가고 있으나 소비 부문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기훈 농림수산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은 “경기침체로 인한 단기적 판매 및 소비부진은 인정한다”면서도 “정부에서 학교급식·군납·주정원료 등 활로를 찾고, 저변 확대를 위해 다양한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천지역 농협의 올해 밀 수매는 오는 15일부터 시작된다. 지난해 가을 계약재배 면적을 대폭 줄였지만, 작황이 좋아 수매량이 1,000t을 웃돌 전망이다. 그래서 농협은 궁여지책으로 지난해산 밀을 일반창고로 옮기는 중이다. 습한 여름철에 일반 창고에 쌓으려면 훈증처리를 해야 하기에 품질저하는 불 보듯 뻔하다. 이래저래 농협만 입이 바싹 타들어 가고 있다.
출처 : 농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