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급식·주정용 전환해 시장격리해야”
 

단기대책

2012-05-07

한국농정신문 / 원재정, 최병근 기자

2011년 말 기준 우리밀을 취급하는 업체들이 보유한 재고량은 3만9천톤 수준이다. 우리밀과 수입밀과의 가격차이로 소비가 이뤄지지 않아 재고물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업체들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밀 생산량의 95%를 농가들로부터 계약 수매하고 있다.

국산밀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재고량 3만9천 톤과 농가와 기업들간의 계약재배 물량을 포함하면 수확기인 올해 6월 예상 재고량은 6만3천4백톤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들은 2012년산 밀 2만7천톤 수준을 수매하기로 지난해 말 농가들과 계약한 것이다.

재고량이 6만3천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자 기업들은 향후 계약재배 물량을 줄일 것을 고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민들도 밀농사 포기를 고민하고 있다. 결국 계약물량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밀 자급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농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주)우리밀 허헌중 대표이사는 “계약물량이 점차 감소하자 현장농민들이 우리밀 재배의향을 접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밀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정부가 내세운 자급률 10% 달성 계획은 멀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생산농민들과 가공업체들을 중심으로는 재고물량을 군대급식과 주정용으로 전환해 시장에서 긴급히 격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밀 업계 관계자들은 군대급식 식재료에 사용되는 수입 밀가루를 국내산으로 전환할 경우 50억원의 예산이 반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1년 기준 한 해 군인들에게 제공되는 식재료 중 밀가루 사용량은 총 6천543톤으로 이를 알곡으로 환산하면 8천500톤 정도 된다. 이는 모두 수입 밀을 국내에서 가공한 밀가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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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밀산업협회 이한빈 상임이사는 “정부와 재고밀 관련 논의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군급식, 학교급식 등 공공급식에 우리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한빈 상임이사는 “현재 군급식에 사용되는 수입밀을 우리밀로만 돌려도 상당부분 재고문제가 해소 된다”며 또 “식량자급이 중요한 문제인 만큼 정부가 주정협회와 협의해 주정원료로 우리밀을 사용하면 현재의 재고밀 문제는 단박에 해결 된다”고 강조했다.

2012년산 우리밀이 과잉 생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최소 1만 톤 규모를 주정용으로 사용할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물량을 긴급히 시장에서 격리하는 방안이다.

한국주류산업협회와 농협중앙회 등은 보리 수급 문제로 밀을 사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 회원사업팀 양재덕 과장은 “정부 시책에 의해 보리를 재배하던 농민들이 밀로 전환해서 보리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밀 수급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보리가격도 만만치 않게 비싸서 밀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며 우리밀 사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주)우리밀 허헌중 대표이사는 “현재 주정용으로 사용되는 국산 쌀보리 공매가격은 40kg 한 포대에 2만6천원 수준이다. 2012년 국산밀 수매가격은 3만6천원이며 이 사이에 발생하는 1만원의 차액분 25억과 기타 부대비용으로 5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밀 업계 관계자는 “올해 재고물량 가운데 일정 수준을 시장에서 격리하지 않으면 더 이상 업체들도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며 “밀 자급률을 높이겠다고 밝힌 정부가 책임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전 세계적인 식량불안이 가속화 되는 가운데, 20여년 우리밀 보급 확대 운동이 모처럼 부흥을 맞느냐 다시 무너지느냐의 기로에서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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