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이정찬 우리밀살리기 운동본부 이사장
전국농민회총연맹 대변인으로도 활약하며 우리밀 사업에도 두드러진 활동을 벌인 이정찬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이사장. 사라질 뻔한 우리밀 산업을 현재의 수준까지 끌어올리는데 함께해 온 이 이사장은 과천시의회 의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이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우리밀을 살리기 위해 현대자동차, 삼성전자등 대기업의 구내식당,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우리밀국수를 납품하고 판매했던 (주)보리식품에 참여도 했었지만 IMF를 겪으면서 회사가 부도를 맞이하며 고생을 한 그가 우리밀 산업에 다시 뛰어 들었다. 우리밀 세상을 만들어 국민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지향하는 이정찬 이사장을 지난 18일 구로구 소재 국산밀산업협회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담=한도숙 한국농정신문 사장 정리·사진=최병근 기자
| |
 |
|
|
▲ 이정찬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이사장은 입맛제국주의에 우리의 입맛이 점령돼 버렸다며, 이를 되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한도숙=현재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국산밀산업협회의 대표를 맡고 있는데, 정부가 가지고 있는 우리밀 산업 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스스로 만들어 보겠다는 각오를 하고 들어온 것 아닌가요.
이정찬=저의 우리밀살리운동본부와의 인연은 한참 늦습니다. 크게 보면 IMF여파로 부도를 맞은 우리밀살리기운동과 사업에 대해 정부와 농협중앙회 그리고 당시의 우리밀살리기운동 대표들은 사업은 중단하지만 우리밀을 살려야 한다는 의지만은 이어가야한다는 뜻에서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만은 유지키로 합의 했지요.
2000년도 어느땐가 당시 운동본부 이사장을 맡고있던 강기종선배로부터 운동본부 사무국장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고 일을 하게 됐던 겁니다. 그래서 제가 운동본부 사무국장을 3년 정도 했어요. 그 이후 2년 전 운동본부 남중연 이사장님이 갑자기 운명을 달리하시는 바람에 얼떨결에 이사장직을 맡게 된 거죠. 또 제가 운동본부 책임을 맡을 당시 우리밀생산과 유통, 가공, 소비에 참여하는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우리밀 대표조직 논의가 한창이었습니다. 그런데 운동본부는 생산과 유통, 가공, 소비의 중간에 있잖아요. 국산밀산업협회 조직구성을 하는데 중간적 입장에 있는 사람이 이사장을 맡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제가 넥타이를 매게 됐어요.(웃음)
한=우리밀 산업이 한국농업의 표본 같아요. 어느 날 갑자기 미국의 원조 밀가루로 한국의 밀 농업이 초토화 됐어요.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논에 밀이 자랐잖아요. 이렇게 된 것은 소비자들의 영향이 크다고 봐요. 지금 아이들이 밀가루 빵을 만들어 놔도 흰색을 더 선호하잖아요. 우리가 본성적으로 우리밀을 먹었던 식습관이 되살아 날 수 있는데 그런 기회가 없었나 고민이 돼요.
이=해방이후 미국의 PL 480으로 미국의 잉여 밀가루가 무제한 국내로 들어왔어요. 이에 의해 해방이후 65년 동안 우리들 입맛이 외국밀에 맞춰졌어요. 속된 말로는 길들여졌죠. ‘입맛제국주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서구의 식품산업에 전 세계 인류가 길들여져서 자기의 고유 먹을거리를 잊게 되는 것처럼 말이에요. 더구나 1984년 정부가 당시 9만톤까지 생산되던 밀 수매를 중단해서 이 땅에서 밀이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그때까지 유지돼왔던 우리밀 종자, 시설, 기술, 유통, 소비자 심지어 입맛 즉 기호까지 사라진 상태에서 이를 되살리는 게 쉽지 않아요.
“입맛제국주의에 점령된 우리 ‘입맛’ 우리 밀 사라지게 된 근본적 원인”
한=사람들의 입맛을 맞추려고 했던 노력까지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운동을 하는 것이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한 먹을거리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지금까지 길들여진 입맛제국주의를 우리가 운동으로서 어떻게 막아내느냐 제대로 제안하지 못한 것 아닌가 생각돼요.
이=이건 좀 복잡한 이야기이고 엄밀한 평가도 필요합니다. 상품의 세계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서로 균형점이 있어야 하는데, 값을 따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어려워요. 생산자와 소비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맛있고 행복하게 식량자급률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방안이 있을 텐데 아직 길을 찾지 못하고 있네요.
한=생산에 대한 보장, 소비에 대한 기제를 넓힐 수 있는 문제는 포함되어 있는데요, 생협을 통해 교육이 되고 있지만, 정치적인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실질적인 운동이 같이 접근됐으면 좋지 않았겠나 생각해요. 이 정부가 들어서면서 2015년까지 10%까지 밀 자급률을 높인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현재 밀려 있는 재고도 빨리 해결해주지 못하면서 증산하겠다고 하는 것은 공염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정부는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곡물가격폭등사태를 맞아 2017년까지로 잡았던 것을 15년까지로 2년 앞당겼지요. 우리밀 10%자급, 20만톤 생산을 위해서는 종자, 생산, 저장 및 유통, 소비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목표치만 정하고 이를 실현키 위한 로드맵 즉 방안을 아직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이것은 생산자와 사업자, 소비자들이 알아서 하라는 것뿐이지요.
핵심적인 것은 수입밀과 국산밀 가격차가 3배 이상 나는데 소비자(식품기업)들이 부담 없이 가져갈 수 있도록 가격정책을 세워줘야 해요. 밀은 가루를 내고 빵, 과자, 국수로 소비되는 2차, 3차 가공식품입니다. 즉 우리밀 소비확대는 밀의 최종소비자도 중요하지만 제빵, 제면업체, 중화음식점 등이 수입밀과 가격차를 걱정 않고 가져가게 해야 됩니다.
한=소비돌파구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할 텐데 학교급식에 우리농산물을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잖아요. 이와 연결해야 할 것이라고 봐요.
이=이것도 돈이에요. 우리밀이 1kg에 900원, 수입밀이 300원 정도 돼요. 이 가격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 슬기롭게 방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군대에 우리밀을 공급하는 문제만 보더라도 국방부는 추가부담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에요. 국방부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예산을 만들어오면 된다고 해요. 근데 농림수산식품부는 군인이 먹는 건데 왜 우리가 해야 하냐고 해요. 그래서 단추를 꿰지 못하고 있어요.
한=말씀 들어보면 우리밀을 유지시키는 것 자체가 급급한 건가요.
이=현상유지는 됩니다. 우리밀살리기 20년만에 국내 시장 규모가 1만톤을 넘어섰지요. 국내 소비가 1만톤을 넘고 국제곡물가가 뛰니까 정부가 2015년까지 10% 자급목표치를 세웠어요. 그러니까 대기업들도 참여하게 된 거죠. 그래 소비가 한 3만톤 가까이 늘어났는데 최근 경기위축을 맞아서 우리밀 소비도 함께 위축 되고 있어요.
한=7월에 예상되는 6만톤 재고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2015년 10% 밀 자급률 회복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책상에 앉아서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이네요.
이=정부가 우선 밀 자급률을 10% 설정한 것은 잘한 일입니다. 그 목표달성을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해요. 그 길만이 한국농업의 대안이고, 국가적 식량위기를 막을 수 있는 길입니다. 다만 방법도 세우지 않고 농민과 소비자에게 알아서 자급률을 높이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 합니다. 지금이라도 책임감 있는 인프라구축과 생산증대 소비확대 구조를 만들어야 해요. 우리나라는 밀을 자급 생산할 준비가 다 돼 있습니다. 100만ha의 겨울철 유휴농지, 200만톤의 밀시장이 존재합니다.
단 수입밀과 우리밀을 같은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줘야 해요. 일본이 이렇게 하고 있어요. 일본은 정부가 외국밀을 구매해요(국영무역). 정부가 외국산 밀을 사서, 관세를 붙인 뒤 제분기업에 나눠줘요. 관세수익을 갖고 외국밀과의 차액을 보상하고 있지요. 그리고 시장에서 외국산밀과 일본밀이 같은 가격에 판매되게 하니까 소비자들은 자기 입맛에 맞는 것을 부담 없이 찾게 되는거죠.
한=우리나라는 FTA로 인해 관세가 제로로 되어 버렸어요.
이=방법은 여러가지 있지요. WTO나 FTA 그런건 우리밀 자급, 식량자급율 향상에 방해가 될 수 없어요. 식량직불, 차액보상, 친환경 직불제 등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만 정부 의지의 문제라고 봅니다.
한=기업에 대한 세제혜택과 직불금을 통하면 얼마나 자급할 수 있을까요.
이=겨울철에 노는 논이 100만ha로 ha당 4톤씩 생산돼 400만톤 생산이 가능해요. 이는 작년도 우리나라 밀수입 식용 200만톤, 사료용 200만톤을 합한 물량입니다. 가격으로 13억불정도 됩니다. 이렇게 되면 밀 한 품목만 가지고도 식량자급률은 52%로 높아집니다.
“실제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우리밀 살리기 접근노력 부족해”
한=밀을 생산해서 농가소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요.
이=밀 한가마(40kg기준)에 3만6천원이고, 1ha 80~100가마 정도 나와요. 조수입으로 1ha면 330만원 정도 돼요. 농민들이 밀 심어서 남는 것은 구슬땀밖에 없어요. 들 넓은 평야지대에 3ha이상 농사를 지으면 모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이 밀을 심는 이유는 땅을 놀릴 수 없다는 소박한 마음 때문일 겁니다.
한=농민들이 희망을 잃어버리고 있어요. 우리농업을 반석 위에 올려놓는 다는 것은 우리세대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현장에서 농사를 지으시잖아요. 많은 느낌을 가지고 계실 텐데, 농민들이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말로 정리해주시죠.
이=그보다도 저희는 올해 <우리밀 1kg 먹기>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국민 한 분 한 분이 우리밀 1kg을 잡수시면 5천만 국민이 우리밀 5만톤을 소비하게 됩니다. 수입해 온 외국산밀을 한 해 30kg 잡수시는데 우리밀로 한번만 드셔도 우리밀은 살아납니다. 식량자급율 하락과 국제곡물가폭등을 걱정하는 국민과 나라의 걱정과 근심을 덜고 농민과 소비자가 손에 손잡 고 환하게 웃는 길은 밥상에서 시작합니다.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차려야 합니다. 우리밀밥상!
*원문을 보시려면 기사제목 또는 아래 주소를 클릭하세요.
관련링크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6661 | 
whiteworld@ikpnews.net
